커피

커피

군대에 있을 때 첫 휴가를 나와 어머니와 간단히 점심을 먹고 카페에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다시피 했던 군대였기에, 커피라는 음료가 아주 생소한 때였죠.  그래서 커피라는 것은 그냥 캔커피나 인스턴트처럼 달고 맛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군대에서 보던 티비에서 ‘아메리카노’라는 것이 당시 유행이라고 들을 것을 기억하고, 어머니께서 주문 할 때, 당당히 저의 커피 메뉴를 고르게 됩니다. 그 메뉴를 시켰더니, 어머니께선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너는 그런 것도 마시니?’  라고 물으셨고, 저도 알 건 다 안다는 식으로 대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 자신이 굉장히 우쭐해 했던 것이었죠.

그런데 저의 이 우쭐함은 주문한 커피가 나오자마자 완전히 뒤집혀버리게 됩니다. 입에 대기 조차 힘든 진한 향 뿐만 아니라, 쓴 맛은 저의 모든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양은 얼마나 작은지 한 손으로 쥐기도 힘든 컵에 커피가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주문한 커피는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에스프레소’였던 것입니다. 티비에서나 한두번 들은 기억이었기에 메뉴판을 보고 대충 멋있어보이는 영어 이름을 골랐던 것이 그 화를 불러 일으켰던 것입니다. 그날의 진한 커피는 잊을 수 없는 저의 커피 인생에 있어서의 첫 경험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커피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입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나름대로 혼자 알아보며 공부를 하다보니, 이 속에서 생각지 못한 신앙의 원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보통 전문가들은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 세가지 요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바로, ‘원두’와 그 원두를 알맞게 볶아내는 ‘로스팅’, 그리고 잘 로스팅한 커피콩을 사람들 입맛에 잘 맞게 내리는 ‘추출 기술’ 입니다. 원두는 커피 본연의 향을 결정하고, 로스팅을 통해서 원두가 그 향을 잘 보관하게 하여, 잘 추출함으로써 맛있는 커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문가에게 ‘커피의 맛을 내기 위헤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라고 묻는다면, 대게의 그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원두 100, 로스팅 100, 추출 100’

이 대답이 시사하는 바는, 세개의 요소가 똑같이 1/3만큼의 영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맛있는 커피를 내기 위해서는 각각의 요소들이 최고의 조건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지 않은 원두는 아무리 좋은 로스팅과 추출 기술이 있어도 진짜 좋은 맛을 못낼 수도 있다는 것이고, 다른 요소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의 삶이 이와같지는 않은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세상 가운데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야하는 예수님의 ‘원두’일지도 모릅니다. 이 원두는 하나님의 형상을 기본으로 한 최고급 품종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원두는 공동체 속에서 신앙 생활을 통해 볶아지면서 더 깊은 맛을 내게 되죠. 그리고 잘 훈련되어져 세상 가운데로 추출되는 과정이 있어야만 우리는 비로서 진정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뿜는 아름다운 원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형상과 자녀로서의 확고한 정체성, 신앙생활을 통한 영적 훈련, 그리고 세상 가운데로 나아가야하는 사명은 그 어느 것하나 나누어 가질 수 없는 독립적인 신앙의 요소들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 각자의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은혜로 교회라는 공동체를 통해 잘 볶아져 세상 가운데에 귀한 사명을 잘 감당 할 줄아는 성도님들 되시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신위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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