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적시는 삶

꿈같이 행복하던 시간들은 다 지나가고 어느덧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아무렇지 않은듯 밥을 먹고, 짐을 챙기고 있지만 두 자매는 각자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고 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심사장 앞에서 함께 손을 잡고 주님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동생을 심사장 안으로 들여보낸 후에도 언니는 동생이 조금씩 멀어지는 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보며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합니다.

아내가 처제를 대하는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면 마치 엄마가 딸에게 하는 것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어린 나이에 두 부모를 모두 잃은 후, 가만히 있어도 눈물만 흐르던 그 모진 시간들 속에서 큰 언니는 그렇게 동생들을 위한 엄마이자 가장이 되어 삼 남매의 삶을 지켜왔습니다. 그런 언니의 사랑과 섬김을 받으며 살아온 동생 역시 그만큼 언니를 더 의지하고 또 사랑하며 섬깁니다.

두 자매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예수님께서 발을 씻겨주신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베드로가 이르되 내 발을 절대로 씻기지 못하시리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요한복음 13:8)

베드로는 자신이 감히 주님의 섬김을 받을 자격이 없는 자라고 생각하며 완강히 거절하고 있지만 주님은 “나의 사랑과 섬김을 먼저 받지 아니하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 뿐”이라고 말씀하시며 끝까지 더러운 발을 닦아 주십니다. 그 사랑을 감사히 받을 수 있는 사람, 그 크신 은혜를 받고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주님을 더욱 의지하고 사랑하고 섬기며 살아갑니다. 주님과 상관이 있는 삶, 주님과 함께 나눌 것이 있는 삶은 언제나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받을 줄 아는 삶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 사랑이 내 삶에 차곡히 쌓여갈 때에, 우리 역시 향유 옥합을 깨뜨려 주님의 발을 적시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사랑과 섬김을 확인하는 삶 속에 그리스도인만이 누리는 참된 행복이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의 손을 잡고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두 동생을 더 사랑하고 챙기자는 다짐을 해봅니다. 슬픔의 눈물은 그렇게 소망과 감사의 고백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은 그렇게 우리 가정을 향한 주님의 사랑,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따뜻하게 채워져 있었습니다.

전동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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