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의 기도

올해 89세가 되신 외할머니께서 최근 들어 종종 기억이 흐려지시고 자주 깜빡 깜빡하실 때가 있어 병원을 찾았습니다. 검사 결과, 치매 초기단계로 진단을 받으신 후, 기억력 향상을 위해 매일 이렇게 일기를 쓰고 계십니다.

“2018년 11월 25일 주일입니다. 4시 40분에 이러나서 찬송 23장 ‘만입이 내게 있으면’ 부르고 기도했다. 10시 25분 교회 출석합니다. 심한보 집사님 주일 우리집까지 와서 내 손잡고 차까지 갑니다. 참 고맙습니다. 주일 오전 오후예배를 드리고 나 혼자 집에 오지 않고 아들 정연식이가 와서 빵을 사가지고 와서 저녁밥 대신 먹고 배가 부르게 먹고 감사해서 유진 엄마에게 고맙다 인사를 했다. 이 모든 감사를 하나님께 돌리고 연식, 유진, 은영 기뻐하며 감사하고 고맙고 너무 고맙다. 찬송 512장 ‘내 주 되신 주’를 감사하고 있다. 6시 뉴스를 보고 있다. 9시에 잠을 잘라고 한다. 하나님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성찬식 예수님 피와 물을 기념 예배를 드립니다.

2018년 11월 126일 월요일입니다. 아침 6시에 기도하고 찬송하고 감사했다. 아침밥 8시에 먹었다…점심 문안 장남 전화 받았다…장손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정동준 목사님 은혜가 풍성한 목사님 축복해 주시옵소서…. 친손 증손 외손 하나님 기쁘게 성장시켜 주시옵소서. 장남 정연승/이경애, (차남)정연식/조은영 만사 형통하게 하소서. 큰딸 명숙/전응하, (둘째딸)경숙/김재수, (셋째딸)연희/김윤환 기도하며 하나님 감사하는 식구되길 부탁한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하나님 감사합니다. 전동훈 목사님 미국서 목회 합니다. 성령 충만한 목사가 되게 하시옵소서. 슬하 자녀 건강하게 성장하소서. 6시 내고향의 제주 감귤을 보고 있다. 장녀 효녀 저녁 함박스택을 사와서 먹었다. 바지 2개 사와서 치수가 맞아서 고맙다.”

맞춤법도 맞지 않는 어색한 문장들 속에 담긴 외할머니의 인생과 신앙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저처럼 연약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섬기는 복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다 외할머니의 한결같은 기도 덕분인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가진 재산도 없고, 많이 배우지도 못하셨지만 평생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반듯하게 사시며 교회를 섬기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늘 힘써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오신 삶이 천국에서는 해같이 빛나고 있을 것입니다.

겉사람은 낡아지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삶(고후 4:16)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주어진 일상의 삶 속에 깃들어있는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찬양하는 삶이 차곡히 쌓여갈 때에 우리는 노인이 아닌 신앙의 어른으로 늙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어른을 통해 진실한 믿음이 우리의 자녀들에게로 흘러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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